정해연 “두번째 거짓말” 옆에서 같이 싸우고 기다려주는 것.

정해연 장편소설 <두번째 거짓말>

“숨기려고만 하는 동안 혜리가 느꼈을 좌절감과 고통과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 461 페이지

“아버지와 자신은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 행여 상처를 입을까, 그저 눈을 가리는 것만을 택했다. 그것이 자식을 지키는 거라는 명목하에.” - 487 페이지

“네가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싸우게 했어야 했는데. 내가 옆에서 도움이 되어줬어야 했는데. 같이 싸웠어야 했는데…… 근데 난 그게 널 위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 494 페이지

며칠 전에 티브이 프로에서 본 부녀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딸에게 최선의 선택을 해줬고, 최상의 도움을 준 자기 선택을 자랑스러워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건 딸의 선택이 아니라 아버지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물론 딸에게 있어 그 선택은 최선의 결론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딸은 최소한 자기 생각대로 했다가 ‘틀릴 기회’조차 없이 살아가는 것 같았다.

술술술 읽히는 정해연 작가의 “두번째 거짓말”은 조금 덜 친절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자세한 묘사 덕에 정말 술술술 읽혀서 꽤 빠르게 밤새며 읽었다.

워낙 많이 다뤄지고 들어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야기를 다룬 관점은 좀 다르다고 느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가 자식을 위하는 길일까…
무엇이 내 자식을 위한 최선의 길일까.

어렸을 때 주변 어르신들에게 지나가듯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다 알아듣는다고. 너무 어려워 못 알아들을 것 같지만 진심을 다해 말하면 아이도 다 알아듣고 느낀다고.

그 땐 어려서 무슨 뜻인지 몰랐겠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말이 생각났다.

그냥 자식에게 솔직하게 자기 진심을 다 말하고 같이 고민하는 게 최선 아닐까? 라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은 것 같다.

“엄마, 나 이제 그만할게.” …..
“무서울 거야.”
“지금보다 더는 아니겠지.”
“엄마가 같이 해줄 수가 없어.”
“기다려줄 거잖아. 돌아올 때까지.”
- 497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