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 이치 장편소설 ‘시시리바의 집’
1. “히가가 많이 달라졌더구나. … 너희 반에서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지?. … 이름을 들어도 처음엔 누군지 몰랐다니까.”
“엄마가 어떻게 알아?”
“우리 집에 한 번 왔었잖니?”
“뭐?!”
- 집에 친구를 한 번도 데려온 적이 없는데 엄마가 반 친구를 알고 있는 상황이 소름돋음.
엄마가 친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걸로 봐선 주인공이 자기 기억에 대한 불신이 점점 생길수도 있지만, 엄마가 뭔가 숨기고 있거나 의심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하다가 서로 다르게 말하거나 같은 상황에 대한 기억이 달라 당황스러워 지는 상황. 이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나? 얘는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자체로 공포스러워진다.
2. ‘무사시노쿠니에는 시시리바의 집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병에 걸리지 않고, 밖에서 다쳐도 집에 들어가면 낫는다. 가족들의 마음은 모두 평온하고 서로를 사랑한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그 가족처럼 살면 좋을텐데…’
너무나 이상적인, 한 마디로 있을 수 없는 상황 설명이라선지 이질감이 들고, 오히려 평화로워보이는 게 아닌 소름이 돋는다.
너무 완벽하거나 인간미가 전혀 없는 사람을 보면 그 이면, 그 너머를 생각하거나 의심하게 되듯이? 완벽한 가족을 봤을 때 부럽거나 따뜻해보이는 게 아니라 인공미에 기계적인 느낌과 연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상황.
겉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속으로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드러나지 않은 수상한 것이 있다는 암시일 수 있다.
3. ‘안전한 집안, 원만한 가정, 번창하는 가족… 수호신은 이 세가지를 관리하지. 하지만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어… 너무 기계적이야. 지금 수호신은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을지도 몰라.’
-수호신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부분에서 아이로봇을 비롯한 컴퓨터가 폭주하는 설정의 영화와 소설들이 떠오름.
메인 컴퓨터가 ‘시스템’만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집을 안전하게 지키고 가족을 번창시키기 위한 목적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목적 하나만을 보고 행동했을 때 오히려 그걸로 인해 다른 것이 문제가 생기는, 결국 뭐가 우선인지 모르고 폭주하게 되는.’
4. 할머니는 다정하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집에 가서 뭐가 싫은지 잘 살펴보렴. 자세히 관찰하는 거야… 정말로 싫은 것과 별로 싫지 않은 걸 하나씩 생각해 봐. 그러다 좋아하는 걸 찾으면 행운이지.”
-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그렇다면 ‘집에 가라’면서 해준 말.
‘뭐가 싫은지 자세히 살펴보라는 부분. 관찰하라는 부분이 좋았다. 내 감정을 내 성향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가 싫어하는 것이 뭔지 자세히 ‘안다면’ 싫은 것들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5. 긴의 다리와 허리는 아직 튼튼한 편이지만 손으로 잡아보니 옛날보다 많이 야위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걸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가 언제 올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다음의 일 또한.
- 기르는 개 ‘긴’에 대한 이야기. 언젠가가 언제 올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이 크게 공감이 간다.
6. ‘아까부터 계속 모래 위를 걸은 탓에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새 모래가 있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이다. 이상한 집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유다이는 오늘도 집에 없다. 어느새 습관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괴가 있든 없든, 이상한 일이 당연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어느 집이나 누구에게나.’
‘긴장 돼. 그래도 만나야겠지. 안 그러면 그게 평범한 일이 되어버리니까. 그 집의 모래처럼.’
- 계속 ‘그런’ 환경에 있다보면 이상한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게 된다는 것. 많은 부분에서 여러번 같은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음.
7. ‘머릿속과 마음속이 차갑게 식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열기가 사라졌다. 창가에 선 그녀가 몹시 멀게 느껴지며 조금 전까지 나눈 대화가 전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인지,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말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부분.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되거나 본질을 이해하게 됐을 때 내가 그동안 이해했던 상대의 말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대화가 전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부분이 공감이 됨.
8. ‘이제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젓몸살도 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아도 몸은 알고 있는 것이다…’
- 주인공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엄밀히 말하면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고 무의식이 맞는 것 같다.
무의식중에 아기에 대한 기억은 안 나지만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걸 ‘직감’한 것을 표현. 뭔지 의식도 못한 상태에서 자기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상태를 잘 묘사한 듯. 아니면 시시리바는 사라졌지만, 그 아기로 인해서 아직 뭔가 남아있음을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게 암시한 듯한 내용으로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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